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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5

부자(父子)

부자(父子) 두 아들을 두 살 터울로 나아 길러 둘다 초등학교 4학년까진 곧잘 하던 공부를 중학교 고등학교에선 영 맥을 못추고 그렇게 대학도 지방에 2류 대학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솔직히 두 아들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부모는 둘다 그래도 지방대 국립대를 졸업했는데, 더 이상은 바라진 못해도 최소한 같아야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인터라.. 아내의 원망도 솔직히 내면으로 많이 했었다. 해외에서 돈을 번다고 고생하는데, 자식 하나 건사하게 잘 키우지 못하나 싶어 겉으론 말을 못하고 속앓이를 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지 모든걸 내려놓았다 라고 말을 했지만, 마음속으론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같은 세상에 좋은 대학 즉 국립대 같은 곳을 졸업을 해도 취직이 어렵고 한..

수필 2022.07.23

방망이 깍는 노인

방망이 깍는 노인 동티모르 독립기념일 휴일이라 밖을 나와서 처음엔 달리기 15킬로 미터를 도전하려고 뛰어 나왔다가 햇볕이 따갑기도 하고, 뛰기 싫기도 하여 그냥 돌아왔다. 마냥 걸어 가보자 하는 심정으로 대충 물만 챙기고 나왔다. 평소 가보지 못한 길로 도전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삶을 보러 간다기 보다는 운동하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그들에게 말을 건네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갔다. 왜냐면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으려는, 낯선 곳의 필수 사항임을 상기하면서..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방인이라는 어색함의 표정이 없다. 해맑다. 아침이라 모두 “본디야” 라는 이 나라 아침 인사말로 반갑게 맞이한다. 나도 물론 “본디야” 라고 답을 해 준다. 나의 ..

수필 2022.07.18

인생은 아다지오 처럼

여기 동티모르에 온지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2021년 2월 24일이면….시간이 참으로 빠르다고 하면 빠르고 느리고 지겹다라고 하면 느린 시간이었다. 해외에 많은 일로 나갔지만 이렇게 1년 동안을 휴가로 한국을 가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코로나 라는 대유행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하긴 하지만. 대신 세월에 대해 가만히 지켜 보고 감상해 보는 시간이 늘었다. 조급해 해서 때론 지겹기도 하였고 일 때문에 시간이 후딱 지나가기도 하였다. 전번 현장 특히 중동에 있었으면 조급함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맨날 술만 마셨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 동남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에 와서 그리고 팬데믹 때문에 아예 포기를 하고 있으니, 사는 세월을 되돌아보게 하고 모든 삶..

수필 2022.07.14

동지

2020년 12월 21일이 동지다. 평소 원래는 22일인데 올해는 21일인 오늘이라고 한다. 일명 ‘새끼 동지, 애 동지’로 부른다. 이날은 팥죽을 끓여 먹는 날이다.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 작은 설날이라고도 한다. 내가 어릴 때는 팥죽을 두 그릇을 먹으면 두 살 먹는다고 ‘내가 더 나이가 많니, 네가 더 많니’ 하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붉은색의 팥죽이 마귀를 쫓는다고 하여 먹던 풍습이다. 애 동지 때에는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하여 팥죽 대신 시루떡을 먹는다고들 했지만, 나는 어릴 때 그랬던 기억이 없다. 애초에 우리 집에 애 동지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집집마다 친구네 놀러 가면 팥죽이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쑤어 먹지도 않는다. 동지랑 관련된 믿음은 ..

수필 2022.04.30

곡우 (穀雨)

대기업을 다니다 말고 혼자 뭘 해보려고 할 때에 친구랑 같이 어머니와 누님이 하시던 텃밭을 가꿔 보기로 하던 시절이었다.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 어머님과 누님이 아버지께서 하시던 텃밭을 돌아가신 후 두 분이 하시게 되었다. 간혹 휴일 때나 해외 근무 시절 휴가 때 텃밭을 도와 드리곤 하여 그렇게 낯설게 느껴 지지가 않았다. 곡우가 오기 전 이랑을 내고 흙을 뒤집어 놓고 해야 된다. 그래야 곡우 때 씨를 뿌려 여름에 수확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땅의 냄새가 옛날 어린 시절 쇠똥이 널브러진 거리처럼 실제로 구수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즉 땅을 일구고 하는 일들로 구수하게 느껴 지는 것은 어느덧 나도 나이가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리라. 부지런히 주말마다 와서 장대를 세우고 잡초도 ..

수필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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