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1일이 동지다. 평소 원래는 22일인데 올해는 21일인 오늘이라고 한다.
일명 ‘새끼 동지, 애 동지’로 부른다. 이날은 팥죽을 끓여 먹는 날이다.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 작은 설날이라고도 한다.
내가 어릴 때는 팥죽을 두 그릇을 먹으면 두 살 먹는다고 ‘내가 더 나이가 많니, 네가 더 많니’ 하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붉은색의 팥죽이 마귀를 쫓는다고 하여 먹던 풍습이다.
애 동지 때에는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하여 팥죽 대신 시루떡을 먹는다고들 했지만, 나는 어릴 때 그랬던 기억이 없다. 애초에 우리 집에 애 동지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집집마다 친구네 놀러 가면 팥죽이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쑤어 먹지도 않는다.
동지랑 관련된 믿음은 요즘처럼 맛난 음식들이 즐비한 시절에는 ‘미신’일 뿐이겠지만 …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시끄러운 세상에 팥죽까지 쑤어 먹을 정신이나 있겠냐 마는 ….
코로나 때문에 연말이지만 가족 모임도, 친지 모임도 못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린 또 다른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간간이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밖에는 … 우린 이제 ‘누굴 위해서, 누굴 위해 일하고 공부한다.’라는 명제마저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살아가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기까지 하다. ‘그냥 돈이나 굴려서 부동산이나 또는 주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무서워지기도 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요즘 같은 세상엔 아예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우린 엄연히 현실 안에서 존재하고, 그래야 하는 까닭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조금 더 인내하고, 배려하며,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자. ‘빨리빨리’라는 한국의 문화도 바꿔보자. ‘우린 너무도 빨리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가며, 새알심을 먹어가며, 팥죽의 의미 또한 한 번쯤 들어보는 그런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천천히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오늘 동짓날 밤은 유난히 서글퍼지는 날이지만, 비록 팥죽은 못 먹었어도 재앙이 물러나 주길 바라는 맘으로 하늘 한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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